사교육 양대 지존…강남엄마 VS 목동엄마
2007년 11월 23일(금) 11:02 [헤럴드생생뉴스]
‘그쪽’은 목동 거주 학부모, ‘우리’는 강남지역 학부모를 뜻한다. ‘강남엄마’들은 ‘목동엄마’들이 ‘티나게’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마뜩찮게 생각한다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김포외고 사태의 진원지인 목동의 종로엠학원이 입방아에 오르면서 대한민국 사교육의 양대 축인 ‘강남엄마’와 ‘목동엄마’ 간 자녀교육을 둘러싼 ‘불편한’ 긴장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교육의 ‘큰손’임을 자임해 왔던 강남엄마들은 몇 년 전부터 ‘특목고 입학생 최다 배출지역’으로 부상한 목동엄마들을 내심 견제할 수밖에 없었고, 김포외고 사태로 이런 경쟁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교육학)는 “두 지역 학부모의 사교육열은 경제력과 학력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여서 가능한 것으로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경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의 사교육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강남 J고교에서 전교 1등의 자녀를 둔 ‘강남엄마’ K씨(43)와 목동 A고에서 상위권인 학생(1학년)의 학부모 S씨(44) 간 자녀교육 방식 및 생활 양식을 비교했다.
▶“좋은 선생님이면 돼요” vs “○○대학교 ○○과 선생님 아니면 안 해”
강남엄마와 목동엄마는 과외선생과 학원을 고를 때부터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CSA과외교육의 정진현 실장은 “강남엄마들은 그냥 ‘실력 있는 선생님으로 소개시켜 주세요’라고 하는 반면 목동엄마들은 ‘S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다니는 선생님 아니면 안 할래요’라고 한다”고 전했다.
강남이 ‘믿고 맡기는 식’이라면 목동은 ‘깐깐하게’ 따진 뒤 선택한다는 것이다. 양측의 경제력 차가 강남의 여유와 목동의 깐깐함을 가르는 주 요인이다.
목동엄마 S씨는 “남편 월수입이 600만원이 좀 안 되는데, 아이 한 명에 들어가는 한 달 사교육비만 160만원이어서 허리가 휠 정도”라며 “이렇게 돈을 쏟아붓는데 성적이 안 오르면 칼같이 학원이나 선생을 바꿀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강남은 굳이 공부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하게 살 수 있겠지만 중산층인 목동은 공부 안 하면 안정된 삶의 기반을 닦기 어렵기 때문에 목숨 걸고 아이 교육에 열 올리는 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너무 다른 맘스(Mom’s) 커뮤니티
“우리는 자녀의 미래 인맥까지 고려” vs “성적 순으로만 헤쳐 모여라”
‘은밀한’ 정보가 교환되는 엄마들만의 모임도 양측은 전혀 다른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강남은 ‘자녀 성적+집안 경제력’을 고려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간다. 대학 졸업 후까지 이어질 인맥을 유지하기 위해 옥석 가리기는 냉정하게 진행된다. 목동은 자녀 성적 본위의 배타적 모임이 주류다.
강남엄마 K씨는 “아이 성적에 대한 검증이 끝나면 부모들의 경제 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가려서 모임 가입 학부모를 고른다”며 “대학 졸업 이후에도 지금 쌓아 놓은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교류할 수 있는 상대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오로지 교육만을 위해 강남권에 전세로 들어오는 학부모는 철저히 가려낸다고 귀띔했다.
목동엄마 S씨는 “우리 모임에선 무조건 아이 성적에 따라 발언권에 차이가 난다”며 “아이 성적이 낮으면 그룹에 끼지도 못하는데 아이를 특목고에 진학시키려고 하는 엄마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하기 때문에 그때 알게 된 부모들은 초ㆍ 중ㆍ고교까지 같이가고 핵심 정보는 그룹끼리 극비 사항”이라고 밝혔다.
▶“일류대? 가면 좋고 못 가도 그만” vs “명문대 입학→성공만이 살 길”
두 지역 엄마들은 목표치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강남은 자녀를 반드시 일류대에 들여 보내겠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여윳돈이 있으니 유학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동은 ‘성공=일류대 진학’의 등식이 확고하다.
강남엄마 K씨는 “큰 애는 내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욕심을 부려서 하기 때문에 부모로서 지원을 해주는 것뿐”이라며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면 좋지만 목숨을 걸진 않는다. 대치동 도곡동으로 가면 아파트 몇 채씩 가진 돈 많은 사람이 많다. 좋은 대학에 못 들어간다 해도 애들 돈 벌게 해주는 데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반면, 목동엄마 S씨는 “내 아이가 대우받으며 살아남을 길은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갖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차이에 대해 ‘목동엄마들의 파워 공부법’이라는 책을 쓴 김남영 씨는 “목동에 사는 사람들 중 대단한 부자는 없다. 아이들에게 넘겨줄 유산이 많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좋은 대학에 가서 성공하는 것만이 신분 상승의 통로”라고 설명했다.
▶“자녀 외에 투자할 분야 많다” vs “자녀만을 위해 산다”
강남엄마와 목동엄마는 하루일과도 다르다.
강남엄마 K씨는 남편과 자녀를 아침에 보내고 난 뒤 헬스클럽에 운동을 하러 간다. 맘스 커뮤니티에서 함께 클럽 회원권을 끊었다. 함께 운동을 하며 자녀 교육 정보를 교환한다. 사실 재테크 여행 등이 주요 화제다. 교육 때문에 모였지만 엄마들의 교류 분야는 교육에만 머물지 않는 것이다.
강남엄마 K씨는 “모임에선 1주일에 한 번 음악회나 공연을 보러간다”며 “내 인생도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를 모두 아이를 위해 쓰진 않는다. 요즘은 남편이 화실을 마련해줘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목동엄마의 하루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다.
자녀 교육 중심으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엄마들 모임에 가서 학원 정보와 과외선생 정보를 나눈다. 누가 어떤 선생한테 배워서 등급이 올랐다는 말을 들으면 그 선생이 누군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고 만다. 엄마들과의 대화는 아이들로 시작해 아이들로 끝난다. 아이가 하교할 시간이 되면 부리나케 집에 와야 한다. 간식을 해 먹이고 학원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퇴근도 뒷전이다. 아이가 잠을 잘 때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S씨의 역할이다.
S씨는 “여기 엄마들은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자기 개인적인 삶은 꿈도 꾸지 않는다”며 “내 하루의 전부는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정미ㆍ정지연 기자(je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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