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교육에 ‘올인’하는 엄마들의 남다른 교육법”
명문 학원과 학교, 그리고 부모의 경제력과 열성 등에 힘입어 교육특구로 소문난 지역이 있다. 강남구 대치동, 강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이 바로 그곳.
매년 특목고 및 명문대 진학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 이 지역 엄마들의 교육법에는 뭔가 앞서가는 게 있을까?
최근 서울대 입학생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강남권 학생이 서울 전체 지역 합격자의 33%에 이르며, 대치동의 휘문고와 경기고, 숙명여고 등은 서울대 등 명문대 진학률이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최근 3년간 서울지역 특목고 입학생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상위 10개 중학교 중 8개 학교가 목동과 중계동에 몰려 있다고 한다. 목동의 월촌중학교가 103명으로 가장 많고, 목일중, 신서중, 신목중으로 이어지며 그 다음으로 노원구의 하계중이 뒤를 잇는다.
이들 지역이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특구로 자리 잡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명문 학교와 명문 학원이 밀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치동은 대치역사거리와 은마사거리, 목동은 1~3단지, 7~8단지, 14단지를 중심으로 학원가가 형성되어 있다. 중계동은 은행사거리에 집중되어 있다. 사교육 의존도가 점차 심화되면서 명문 학원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어김없이 ‘노른자’로 대접을 받는다. 평준화 이후 학교별로 뚜렷한 학력 차이는 있을 수 없는데, 명문 학교가 만들어지는 데는 사실상 ‘명문 학원’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학원이 발달한 지역에 위치한 학교는 덩달아 ‘명문’으로 떠오르는 셈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이 지역에 경제력 있는 중산층들이 모여 산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의 능력과 열성이 매우 높다는 것. 고려대 김경근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0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학생 중에서 부모의 학력 및 직업에 따라서 최고 50여 점의 차이가 나며, 사교육비 지출 역시 6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차 심화되는 셈인데, 교육환경이 좋은 대치동 등 세 지역에 거주하는 부모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상대적인 ‘고학력, 고소득’이다. 타 지역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가정이 많고, 그런 각오로 단단히 무장된 사람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특정 지역으로 몰려들어와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술집 등 유흥시설이 거의 없다는 것도 이 세 곳의 특징. 그 결과 이들 지역은 인근에서 집값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매년 겨울방학이면 교육 대이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맹모삼천지교’가 이루어지는 것인데, 전셋값이 들썩거릴 만큼 물량이 부족한 공통적인 현상을 보인다. 대치동의 경우 삼성아파트나 우성아파트는 32평 전세가 4억원 이상이며 전세 물량도 거의 없는 편이다. 목동은 2000만~3000만원 가량 상승세를 보이며, 중계동 역시 겨울 시즌에는 전세금이 2000만~3000만원 정도 오른다. 각 지역에서 몰려들어오는 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part 1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강남구 대치동
대치동은 대치역사거리와 은마사거리를 중심으로 최고의 유명 학원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 막강한 경제력과 앞서가는 정보, 부모들의 교육열 등이 하나가 되어 우리나라 사교육을 이끄는 1번지가 된 것. 특히 이 지역 엄마들의 교육열은 지나칠 정도.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의 공부 전반을 지도하고 장기 전략을 세워 아이를 관리하는 매니저 노릇을 하고 있다. 이 동네에서는 취업주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직장을 다니다가도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그만두고 아이 교육에 올인하는 게 일반적인 정서.
① 정보력과 부모의 능력은 전국 1위
이제야 전국이 논술 바람으로 뜨거운데, 이미 대치동에서는 2~3년 전부터 논술 지도가 무르익었다. 논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스피치 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는 중. 다른 지역에서 국제중고등학교에 대해서 잘 모를 때도 대치동을 중심으로 2006년 신입생 모집 때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최소 6개월 이상은 앞선 정보를 갖고 움직이는 것.
고급 정보력을 갖추는 이면에는 엄마의 노력 못지않게 지역에 거주하는 ‘엘리트 계층’들의 입김도 큰 몫을 차지한다. 교수, 의사, 정치인, 사업가 등 국내 엘리트 계층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대거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부모의 사회적인 정보력이 학원 정보력과 맞물려 최고급 정보를 양산해내는 것이다.
또한 부모의 경제력과 열성도 전국 1등 수준이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니까 학원이나 과외도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시킬 수 있다. 열성 또한 최고여서 시험기간 때는 대치동 전 지역이 조용해지고, 평소에도 거실에 TV를 둔 가정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② 10년 이상 장기 전략을 세운다
신문과 방송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 한발 앞서가는 첨단 정보력을 이용해 대치동 엄마들은 장기 학습 전략을 세운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 입시계획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미 마련되어 있고, 대학과 앞으로 유망한 전공, 대학 졸업 후 진로까지 미리미리 그림을 그려놓는다. 특히 장기 전략이 필요한 논술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면 그룹지도를 시작해, 중고등학교까지 꾸준히 실력을 쌓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딸을 대원외고에 입학시킨 대치동 주부 L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외고로 방향을 정했고, 그에 맞춰 영어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켰어요. 4학년 때 단기 해외유학을 다녀왔고, 중학교 1학년 때는 수능 실력으로 다지면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토플시험을 봤어요. 최종 점수를 290점대로 올려놓은 후 대원외고에 원서를 냈어요. 대원외고에서는 국제반에 들어가 미국의 명문 대학으로 진학시킬 예정이에요”라고 말한다.
③ 조기유학에서 외국 명문대 입시까지, 글로벌한 입시 전략
“1988년 무렵부터 유학 자율화가 실시되었거든요. 당시 대학 졸업 후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지금은 부모 세대가 되었지요. 대치동에는 유학파 부모들이 적지 않은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명문대보다 미국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둔 학생들이 많아요.”
이렇게 말하는 박순영씨 역시 초등학교 4학년과 6학년 두 아이를 캐나다로 유학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강남권은 어학연수보다는 1~2년 단기 유학이 대세. 4~6주의 경험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학을 가는 학생들이 급증해서 매년 한 학년에서 한 반씩 줄어들고, 그 자리를 타 지역에서 이주해온 학생들이 채우는 현상이 반복된다.
강남 엄마들의 글로벌한 교육 정보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예일대와 하버드대 주변의 거주환경이 어떻게 다르다든지, 시카고 공대가 새로 뜬다든지, 고등학교는 밴쿠버에서 다녀도 대학은 토론토 쪽이 좋다는 등 정보의 수준이 일반인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④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이 몰린다
목동과 중계동이 지역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대치동은 한마디로 교육의 전국구라고 할 수 있다. 매년 전국에서 우수 학생들이 이주해오는데, 가장 큰 이유는 ‘큰물’에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지방에서 상위권이던 아이가 대치동에 와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과장해서 말하면 대치동 상위권이 전국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송파, 분당 등 인접지역 외에 서울 전 지역은 물론이고,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 각지에서 대치동의 특혜를 나누려고 우수한 학생들이 매년 전학을 하고 있다.
⑤ 대형 종합학원보다 전문 단과학원이 강세
대치동에는 총 300여 개의 중소 규모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대치사거리와 은마사거리를 중심축으로 사방으로 학원가가 발달되어 있는데, 대부분 최고의 강사진과 프로그램으로 무장되어 있다. 대치동 학원가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종합학원보다는 전문 단과학원이 강세라는 점. 단순 내신 관리를 목표로 하는 보습학원은 명맥만 유지하는 반면, 수학, 과학, 영어 등은 전국에서 몰려올 만큼 유명세를 탄다. 또한 최상위권 학생층이 두터워서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강의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대치동 학원가의 특징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대치동까지 학원통학을 시킨다는 E씨는 “외국에서 살다 왔는데, 여의도에서는 아이 수준에 맞는 반이 운영되는 학원을 찾지 못했어요. 외고 진학이 목표라 힘들지만 대치동까지 통학을 시킵니다. 여긴 정말 학원의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필요한 강좌를 콕 짚어서 들을 수 있거든요. 사실 아이도 저도 힘이 들지만 이사 올 상황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죠”라고 말한다. 대치동에 세입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도 자녀교육을 위해 한시적으로 거주하는 세대가 많기 때문이다.
⑥ 너무 개인적이고 폐쇄적이다
대치동 엄마들은 자녀의 성적, 다니는 학원 등에 대해 서로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참여하는 그룹에 다른 사람을 끼워주지도 않는다. 따라서 타 지역 사람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또 의외로 여기도 빈부격차가 심하다. 일부 가정에서는 ‘교육은 최고 수준이지만 문화생활은 최저 수준’인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상대적인 박탈감 및 빈곤감을 느끼는 가정도 의외로 많다고 한다.
중형 아파트촌인 대치권은 ‘학원파’들이 많다.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학원을 적극 활용한다. 도곡권은 경제력이 최상위층이니만큼 대치동의 학원을 활용하면서 더불어 개인 및 그룹지도 문화가 발달해 있다. 대치동에서 잘나가는 강사를 개인적으로 초빙해서 가르치는 것이다.
잠실에서 도곡동의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아카데미 스위트로 6개월 전 이주해온 김성자씨는 “이곳에는 굉장히 배타적인 ‘자기들만의 문화’가 발달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되도록 셔틀버스로 학원에 보내기보다 승용차를 이용하게 하고, 강사를 초빙해서 가르치게 하지요. 아이들도 건물 내에 있는 수영장, 헬스클럽 등에서 만나서 놀지,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질 않아요”라고 느낀 점을 말한다.
⑦ 모든 것이 성적으로 좌우된다
대치동에서 최고 권력자는 ‘전교 1등 엄마’다. 전교 1등 엄마의 수첩에는 점심 대기조들이 줄을 잇는다. 반면 공부가 처지는 학생은 타 지역 학생에 비해 스트레스가 몇 배에 달한다. 대학생 K양은 “대학에서 ‘대치동에 살면서 그것밖에 못해?’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어요. 대치동에서 누린 것도 많지만, 잃은 부분도 많아요”라고 한다. 평소 내신 관리에도 피가 마른다. 수행평가 과제물이 나가면 학생은 물론 엄마를 비롯한 온 가족이 총동원되어 자료 수집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part 2 전문직 부모가 많은 안정된 교육특구 양천구 목동
목동은 영등포, 여의도, 광명 등 인근 지역과 멀리 김포, 인천 등지에서도 몰려드는 ‘강서구의 대치동’으로 알려져 있다. 목동 신시가지는 전체가 14단지로 형성되어 있다. 1단지부터 차례로 개발되었는데, 교육 요지로는 ‘앞단지’와 ‘뒷단지’로 크게 나뉜다. 월촌중, 신목중 등 학력이 우수한 중학교가 몰려 있고 학원가가 발달해 있는 2, 3단지와 역시 목일중, 신서중 등의 학교를 끼고 학원가가 발달한 14단지 주변이 ‘뒷단지’에 속한다. 아파트 전세 및 매매가도 이 지역이 가장 높은 편이다. 명문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이주해오는데, 심지어 부동산에 ‘월촌중학교와 가까운 단지에 집 나온 것 있나요?’라고 콕 집어서 문의를 하기도 한다.
①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아 안정적인 교육 분위기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은 명문대 진학률과 비례함과 동시에 해당 지역의 교육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현실. 목동은 고소득층,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몰린 전형적인 중산층 지역. 목동 단지 내에 사는 학생 및 교육기관은 분위기가 안정적이라고 정평이 나 있다. 대부분의 목동 엄마들은 만났다 하면 ‘교육’ 얘기다. 학원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 등에는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엄마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렇듯 시간이 허락하면 언제든 만나서 교육 정보를 교환한다. 이런 이유로 ‘목동 엄마들은 집값으로 깔고 앉고 교육비에 투자하느라 돈은 없지만 안목과 목표는 최고 수준’이라는 말을 듣는다.
② 고등학교가 약해 무조건 특목고 가는 추세?
최근 특목고 입학 자료에 의하면 양천구 목동이 서울지역에서 특목고 진학률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월촌중, 신목중, 목일중 등이 대표적인 명문 중학교들. 학력이 높다고 소문난 중학교에서는 매년 외국어고만 100명 이상씩을 진학시킬 정도다. 통학 문제로 인근의 명덕외고 진학률이 가장 높은 편. 목동 엄마들이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선호하는 이유는 주위에 갈 만한 고등학교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준에 비해 고등학교 학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
③ 중학교 학생 수가 너무 많고 시설이 낡은 편이다
타 지역에서 학생들이 몰려오고, 학교 수는 정해져 있고, 최근 주상복합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목동의 중학교는 포화상태다. 한 학년 학생 수가 다른 지역 학교의 2배 가까운 700명을 넘기도 한다. 한 반의 학생 수도 45명 이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습 분위기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학생 수가 많다는 건 상대적으로 내신에 유리한 면도 있다. 목동의 적극적인 엄마들은 평준화의 이점을 누리며 사교육으로 아이의 실력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목동 단지 내의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와 인근 타 지역의 학생들이 일정 비율 섞여 있는 학교가 학습 분위기에서 편차가 있는 것도 이 지역의 특징이다.
④ 내신 관리와 입시, 두 마리 토끼 잡기 대치동에서는 종합학원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반면, 목동에서는 대형 종합학원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형 학원에서 내신 관리와 특목고 진학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을 세운다. 단과학원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발달해 있다. 학습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최고 강사들도 포진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소그룹 지도를 해주는 ‘과외방’과 개인 지도 강사 층도 두터워 학력 수준에 맞게 골라서 선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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